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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불 밖은 위험해/맛&

[양양] 자연샘 식당

양양을 지날 때면 물치항이 눈에 들어온다. 언젠가 양양사람과 함께 여럿이 먹었던 회가 기억에 남아서다. 하지만 회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법, 이번엔 군청 옆길의 '자연샘 식당'을 찾았다.
얼필 보면 평범한 시골집이라 그냥 지나치기가 쉽겠다.

양양에서 먹는 막국수 맛이 궁금했고, 오래 전에 회냉면(양양 바닷가의 허름한 시골집에서 해장국 대신 먹어봤는데 맛이 기가 막혔더랬다.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찾아봤지만 어딘지 통..)을 맛나게 먹은 적이 있어서 기대를 했지만 2월까진 면을 뽑지 않는다니 다음을 기약할 밖에..

수육과 떡만두국을 주문하고 둘러보는데 이불을 뜯어다가 박은 것 같은 큼지막한 방석이 눈에 들어온다.

10분쯤 지나 수육이 먼저 나왔다. 소고기 편육처럼 얇게 썬 수육이 인상적이었고, 회냉면에 올릴 것 같은 생선회무침(명태회 같았으나 주인장께 확인해 보지는 않았음)이 곁들여졌다. 소주도 없이 먹으려니 지루하긴 했지만 비계부분 외엔 돼지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 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내 입맛엔 나쁘지 않았다. 그런데 이 수육 미리 삶아서 썰어두었다가 데워나온 듯 가장자리가 말라 있네.

새우젓과 마늘, 쌈장이 나왔길래 쌈은 없냐고 물었더니 젊은 주인장이 "원래 쌈은 안 나오는데" 혼잣말처럼 하면서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상추를 내왔다. 쌈도 없이 수육을 먹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인데, 난 아니다.

떡만두국 국물에서는 한우 뼈를 우려냈다는 벽보처럼 사골 맛이 났다. 조미료 맛은 거의 나지 않았고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사골 국물이 잘 어우러졌다. 양념다대기도 나오지만 진간장 맛이 나는 다대기를 넣는 것보단 그냥 먹는 게 맛이 더 깔끔했다.

만두 속에서는 한우 맛이 느껴지지는 않았다. 고기가 적게 들어간 건지 수입산 소고기에서 누린내를 뺀 건지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한우의 독특한 향을 싫어하는 내게는 다행한 일이지. 하지만 김치만두엔 돼지고기를 넣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. 홍천시장, 주문진의 김치만두가 생각난 걸 보면..

다시 갈 거냐고? 한번쯤 더 가서 회냉면이나 막국수를 먹어보고는 싶은데 수육을 다시 먹을 지는.. 음.. 모르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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